왜 수학으로 감염병을 설명하는가?

Author

Jong-Hoon Kim

Published

April 18, 2025

왜 수학으로 감염병을 설명하는가?

수학은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다. [전통적인 text. 혹은 유클리드, 아르케메데스, ] 바이러스는 숫자를 모른다. 바이러스 어떤 수식을 계산해서 다음 날 환자수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을 숫자로 설명한다. 왜 그럴까?

수식을 이용하는 방법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꽤 괜찮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하루 확진자 수’, ‘누적 감염자’, ‘감염재생산지수 (\(R\))’ 같은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부의 정책은 이 숫자들에 따라 움직였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확진자 수에 따라 결정되었고 (Kim et al., 2021), 영국에서는 \(R\)값이 1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봉쇄 조치를 연장했다 (Flaxman et al., 2020).

사람을 멈춘 건 숫자였다. 아니, 숫자가 보여주는 확산의 속도였다.

수학은 감염병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며, 때로는 막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감염병 수리 모형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부터 숫자와 감염병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왜 이 이야기가 필요한가

2020년 봄, 전 세계가 동시에 정지했다. 거리엔 차가 없고, 학교엔 학생이 없었다. 지구 전체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에 묶여 조용해졌다. 그 혼란 속에서 매일 뉴스는 숫자를 쏟아냈다.

“오늘 확진자 125명, 누적 확진자 1,532명.”
\(R\)값이 1.7을 넘었다.”
“2주 후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 숫자들은 어디서 온 걸까? 누가 계산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모형’이다. 수리 모형. 우리가 실제 세계의 흐름을 수식과 논리로 바꿔 표현한 것이다.

수학은 현실을 설명하도록 도와주는 언어다. 감염병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감염병은 수학과 친하다. 바이러스는 논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무작위 같지만, 아니다. 감염에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규칙이 있다면, 수학으로 그릴 수 있다.

역사 속의 수학적 감염병 모델

사실 수학으로 감염병을 설명하는 일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1760년,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 (Daniel Bernoulli)는 천연두 예방접종의 효과를 계산하기 위해 최초의 수학적 질병 모델을 만들었다 (Bernoulli, 1760). 그는 천연두 감염 확률과 접종의 위험성을 비교하여, 접종이 생명을 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20세기 초에는 로널드 로스 (Ronald Ross) 가 말라리아 모델을 개발했고 (Ross, 1911), 그 후 커맥 (Kermack)과 맥켄드릭 (McKendrick)이 지금도 널리 사용되는 SIR (Susceptible-Infected-Recovered) 모델을 제안했다 (Kermack & McKendrick, 1927). 이 모델은 인구를 감염될 수 있는 사람(S), 이미 감염된 사람(I), 회복된 사람(R)으로 나누어 질병의 전파를 설명한다.

이러한 모델들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감염병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모델의 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감염병은 보이지 않는다.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세균은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영향은 크고 명확하다.

수리 모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이다. 우리는 관찰된 데이터(확진자 수, 사망자 수)를 사용하여 감염의 패턴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패턴에서 규칙을 찾아 미래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당시, 연구자들은 초기 확진자 데이터만으로 에볼라의 기본재생산수(\(R_0\))를 추정했다 (Nishiura, 2014). 이 \(R_0\)값 (약 1.5-2.0)을 통해 적절한 조치 없이는 유행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수리 모형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 이 감염병은 얼마나 빠르게 퍼질까?
  • 언제 정점에 도달할까?
  • 어떤 통제 전략이 가장 효과적일까?
  • 백신을 어떻게 배분해야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직관이나 관찰만으로는 답하기 어렵다. 수학적 모델링은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코로나19: 모델링의 시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수리 모형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전례 없는 규모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 과학자들은 수리 모형을 사용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Imperial College) 연구진은 조기에 여러 통제 전략의 효과를 모델링했다 (Ferguson et al., 2020). 그들의 예측은 충격적이었다: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에서만 22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여러 국가의 봉쇄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도 수리 모델링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자들은 초기 대구 유행의 패턴을 분석하여 접촉자 추적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평가했다 (Choi & Ki, 2020). 이러한 분석은 정부의 단계적 거리두기 정책 수립에 기여했다.

수리 모형은 완벽하지 않다. 초기 데이터의 부족,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한 불확실성, 인간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 등 많은 변수가 있다. 그러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모형은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을 제시했다.

모델의 언어를 배우는 이유

“모든 모델은 틀렸지만, 일부는 유용하다”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 라는 통계학자 조지 박스 (George Box)의 말은 유명하다 (Box, 1976). 수리 모형은 현실의 단순화된 표현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유용한 모델은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감염병 수리 모형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중보건 정책을 이해하고, 뉴스에서 접하는 수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미래의 건강 위기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한 소양이다.

또한, 모델링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리 모형은 그런 판단을 도와주는 도구다.

이 책의 여정

이 장에서는 먼저, 우리가 왜 수학으로 감염병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그 필요성과 배경을 짚어보았다. 코로나19는 물론이고, 그 이전과 이후의 사례까지.

앞으로의 장에서는 감염병 수리 모형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하여, 복잡한 수리 모형과 실제 적용 사례까지 살펴볼 것이다. 수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이 책은 수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한 안내서다. 저자 또한 수학자가 아니다.

독자는 느낄 것이다. 이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 미래를 다루는 도구라는 걸. 바이러스는 숫자를 모를지 모르지만, 숫자를 아는 우리는 바이러스를 더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

참고문헌

Bernoulli, D. (1760). Essai d’une nouvelle analyse de la mortalité causée par la petite vérole et des avantages de l’inoculation pour la prévenir. Mémoires de Mathématiques Et de Physique, Académie Royale Des Sciences, 1–45.
Box, G. E. (1976). Science and statistics. Journal of the 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 71(356), 791–799.
Choi, S., & Ki, M. (2020). Estimating the reproductive number and the outbreak size of COVID-19 in korea. Epidemiology and Health, 42, e2020011.
Ferguson, N. M., Laydon, D., Nedjati-Gilani, G., Imai, N., Ainslie, K., Baguelin, M., Bhatia, S., Boonyasiri, A., Cucunubá, Z., Cuomo-Dannenburg, G., et al. (2020). Impact of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NPIs) to reduce COVID-19 mortality and healthcare demand. Imperial College London, 9(2020.03.16).
Flaxman, S., Mishra, S., Gandy, A., Unwin, H. J. T., Mellan, T. A., Coupland, H., Whittaker, C., Zhu, H., Berah, T., Eaton, J. W., et al. (2020). Estimating the effects of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on COVID-19 in europe. Nature, 584(7820), 257–261.
Kermack, W. O., & McKendrick, A. G. (1927). A contribution to the mathematical theory of epidemic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Series A, 115(772), 700–721.
Kim, M. S., Seong, M.-W., Kim, H. J., Cho, S. I., Kim, J., Chung, Y.-S., Lee, J.-A., Kim, N., Park, S. H., Jang, S. Y., et al. (2021). COVID-19 national emergency response center, epidemiology and case management team,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Contact transmission of COVID-19 in south korea: Novel investigation techniques for tracing contacts. Osong Public Health and Research Perspectives, 12(1), 60–63.
Nishiura, H. (2014). Early epidemiological assessment of the virulence of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A case study of an influenza pandemic. PLoS One, 9(8), e105132.
Ross, R. (1911). The prevention of malaria. London: John Murray.